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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특허전쟁시대, 특허전문기업의 화력 강해지고 있다’
  • 기사등록 2012-12-03 19: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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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특허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특허전문기업의 활동 또한 거침없이 증가하고 있다. 특허전문기업은 자사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우리 나라를 비롯한 여러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연구에 의하면 특허전문기업은 현재 미국 특허 소송의 40%에 관여되어 있으며 소송에 따른 평균 손해배상액 규모도 일반 특허소송의 3배가 넘는다. 매년 특허 분쟁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고 있으며, 구글과 애플 등 기업들도 특허 확보와 소송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허전문기업은 첨단 기술 중심의 특허 급증, 기술의 빠른 성숙 및 시장의 성장 둔화, 그리고 특허 비즈니스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였으며,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허전문기업들은 특허의 저가 매입, 기업과 대학 등과의 제휴 및 자체 R&D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거대하고 촘촘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가고 있으며 일반 기업 및 대학과 연구소까지도 특허를 활용한 적극적인 수익 창출에 나서고 있다. 또한 특허 시장의 성장에 따라 기존의 전략 외에도 새로운 특허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허전문기업의 폐단을 극복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특허전문기업의 영향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기업의 대응은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기업은 경영 분야 전반에 걸쳐 특허 분쟁 회피 및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독자적인 노력만으로는 특허전문기업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쉽지 않으므로 기업 간 긴밀한 공동 대응책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지적재산권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오늘날 비즈니스 환경에 따라 보유 특허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할 것이다.

1. 확대되는 특허전문기업의 영향력

(1) 글로벌 특허전문기업의 부상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전쟁이 한치의 양보 없이 팽팽하게 전개되면서 특허 등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이 전면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유한 특허를 기반으로 기업들로부터 수익을 창출하는 특허전문기업의 활동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손해 배상 평결을 받아 낸 애플은 최근 스마트폰의 화면자동회전 기술을 무단으로 침해했다는 이유로 특허전문기업인 모바일 미디어 아이디어(Mobile Media Ideas)에게 거액의 제소를 당했다.

오늘날 특허전문기업은 우리 나라를 비롯한 여러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IT 분야의 대표적인 특허전문기업인 인텔렉추얼 벤처스(Intellectual Ventures)와 인터디지털(Inter Digital)이 국내 주요 휴대전화 기업들로부터 받은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특허 로열티는 5년간 약 1조 3천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특허전문기업의 공세는 IT, BT 등 첨단 기술 산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허전문기업은 2009년 200여 개에서 현재는 660개에 이를 정도로 급속하게 증가하였다. 이러한 특허전문기업은 막대한 인적 자본 및 제조 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데다 특정 기술 분야에서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여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데, 인터디지털과 모사이드(Mosaid Technologies) 등 주요 특허전문기업들은 주요 글로벌 기업을 능가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제 1위의 반도체 기업 인텔은 다년간의 소송 끝에 인터그래프(Intergraph)라는 특허전문기업에게 3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하였고, IT 분야의 대표적인 특허전문기업 NTP는 캐나다의 스마트폰 기업인 RIM(Research In Motion)으로부터 6억 달러의 거액을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어슈어 소프트웨어(Asure Software)는 단 1개의 특허로 무려 1억 달러를 벌 수 있었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의 특허 소송 중 특허전문기업의 소송 비중은 5년 전 22%에서 현재는 40%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특허전문기업의 특허소송에 따른 평균 손해배상액도 일반 특허소송의 3배가 넘을 정도로 소송규모도 크다.

특허전문기업의 공세는 수출 중심의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 나라 기업에게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특허전문기업들의 활동이 거세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피해 역시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특허전문기업으로부터 가장 많은 소송을 당한 기업 순위에서 각각 3위와 8위를 기록하였다. 특히 스마트폰과 관련된 기술 특허는 전체 미국 특허의 16%에 해당하는 25만 개에 달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등 각종 첨단 IT 기기의 부품 및 완제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많은 대기업 및 중소 업체들의 피해는 더욱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2) 특허전문기업을 둘러 싼 논쟁 가열

특허전문기업의 활동이 기술 혁신을 저해하고 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텔렉추얼 벤처스의 설립자인 네이선 미어볼드(Nathan Myhrvold) 등 옹호론자들은 특허전문기업이 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발명의 거래와 보상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에 일조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대부분의 특허가 실제 발명에 전혀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특허전문기업이 유용한 지적재산권을 발견하고 발명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기술과 제품의 등장 및 혁신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업들이 2011년에 특허전문기업들과의 분쟁으로 약 29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등 특허전문기업이 과도한 부담을 야기한다는 비판의 목소리 또한 고조되고 있다. 한 연구에서는 1990년부터 20년간 특허전문기업과의 소송에 휘말린 기업들은 무려 5천억 달러의 자본 가치 손실을 입은 반면 발명자들에게는 보상으로 매우 적은 금액만이 주어졌기 때문에, 특허전문기업의 활동이 오히려 가치 있는 발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특허전문기업들의 공세가 제품 가격의 인상을 유도하여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고, 기술의 효과적인 이전 대신 과도한 금전적 보상만을 요구하므로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를 저해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스마트폰 산업에서 특허 소송에 지난 2년간 200억 달러가 사용되었으며, 작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구글과 애플이 특허 확보와 소송에 사용한 비용이 R&D 투자액을 초과하였다고 한다.

특허전문기업의 활동이 다양한 산업과 분야에 걸쳐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를 둘러싼 논쟁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이는 오늘날 특허 제도의 한계 및 특허권 남용의 문제 등 다양한 이슈와 맞물려 더욱 뜨겁게 확산될 전망이다.

2. 특허전문기업이 부상하게 된 배경

(1) 첨단 기술 분야의 특허 급증

첫째. 특허전문기업의 부상은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특허가 급증한 것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특히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IT 산업을 중심으로 특허 출원이 증가하였는데, 조사에 의하면 2008년 미국 IT 분야의 특허 출원은 2000년의 2배 가까이 증가하였고 한다. 따라서 특허전문기업의 특허 발굴 및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이 한층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특허 출원이 증가하면서 청구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구체성이 낮은 부실 특허의 등록 또한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다. 기업들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전세계로부터 특허 출원 신청이 해가 갈수록 급증하는 반면, 이를 심사하는 특허청(United States Patent and Trademark Office)의 심사 환경이 열악하여 많은 부실 특허가 등록될 수 있었다. 이러한 부실 특허는 그 적용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므로 기업들이 침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를 획득하게 된 특허전문기업들은 기업들을 상대로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에 특허 출원이 집중되면서 관련 기술의 특허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술의 특허성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이루어져 왔는데,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다양한 산업에 걸쳐 적용이 확대되면서 특허로서의 가치가 부정되던 과거의 시각에서 벗어나 폭넓게 인정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기술은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데다 특허의 내용이 상대적으로 모호하므로 기업들이 해당 특허의 침해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하나의 제품에는 수없이 많은 소프트웨어 기술 특허가 들어가므로, 특허전문기업에 의하여 자주 특허 소송의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2) 기술 성숙 및 시장 성장 둔화

첨단 기술이 빠르게 성숙하고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 것도 특허전문기업의 증가를 이끈 요인이다. 독보적인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던 많은 선도 기업들은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하거나 후발 주자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하고 몰락하면서 자사의 특허를 서둘러 처분하였다. 실제로 특허전문기업의 활동은 2000년대 초반 많은 기술 기업들이 몰락한 IT 버블의 붕괴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한편으로 몇몇 기술 기업들은 자사의 특허를 기반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오늘날 전세계 통신 칩 시장의 과반이 넘는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퀄컴(Qualcomm)은 90년대 말 휴대폰과 통신 장비 비즈니스의 수익이 악화되자 제조 자산을 모두 매각하고 CDMA 원천 기술의 라이센싱을 바탕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또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는 한국과 일본의 경쟁 기업에 의해 시장에서 밀려나자 1986년 삼성전자와 후지쓰, 히다치, 마쓰시타 등 9개 기업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하여 가까스로 살아 남았다.

퀄컴이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특허 라이센싱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게 된 반면, DRAM 기술 표준 경쟁에서 패한 램버스(Rambus)는 아예 특허전문기업으로 변신하여 반도체 및 LED 등 여러 첨단 기술 분야의 기업들로부터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또한 2009년 경쟁에서 밀려나 파산한 독일의 반도체 기업 키몬다(Quimona) 역시 보유 자산을 매각하고 키몬다 라이센싱(Qimonda Licensing)을 설립하여 새롭게 특허전문기업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3) 특허 비즈니스의 패러다임 변화

과거에 특허는 기술 연구 및 제품 생산의 부산물로서 시장 점유율 유지 및 경쟁 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방어적 수단으로 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오늘날 기술 경쟁이 심화되고 디지털 융복합화에 따라 첨단 기술 제품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특허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 원천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특허의 경제적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특허전문기업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전세계 특허 출원의 절반이 집중되는 미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인 동시에 대학과 기업을 중심으로 첨단 기술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핵심 특허의 발굴과 수집이 용이하다. 더군다나 지적재산권의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와 더불어 증거개시절차(Discovery) 및 배심(Jury Trial) 제도 등 특허전문기업에게 비교적 유리한 소송 제도를 갖추고 있으므로 특허전문기업이 빠르게 늘 수 있었다.

특허 전쟁이 전면적으로 확대되고 특허 포트폴리오가 취약한 구글 및 애플 등 많은 기업들이 부랴부랴 특허 확보에 나서면서 특허의 시장 가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구글은 1만 7천 개의 특허를 보유한 모토로라 모빌리티(Motorola Mobility)를 인수하면서 125억 달러를 지출하였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공동으로 캐나다의 통신장비 기업 노텔 네트워크 (Nortel Networks)이 보유한 6천 개의 특허를 사들이는 데에 45억 달러를 투자하였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2011년 2분기에 대만의 스마트폰 기업 HTC로부터 6천만 달러의 라이센싱 수입을 벌어들였는데, 이는 자사의 윈도우 7 스마트폰으로부터 거둔 수입의 3배에 이른다고 한다.

3. 최근 특허전문기업의 움직임

(1) 특허전문기업 비즈니스의 확산

특허를 활용한 적극적인 수익 창출 전략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일반 기업과 대학 및 연구소 등 다양한 기관들도 특허전문기업의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있다. 이미 IBM등 일부 대기업들은 특허 등 지적재산권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지적재산권의 현금화(IP Monetization) 전략을 꾸준히 추진해 왔는데, 오늘날 이러한 비즈니스 전략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많은 기업들은 직접적인 특허 공세를 취하는 한편, 새로운 특허전문기업을 만들어 특허 전쟁에 따른 비난을 회피하는 동시에 보다 집요하게 경쟁 기업을 압박하고 수익을 창출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HTC 등 안드로이드(Android) 운영체제 진영과 치열한 특허 공방을 벌이고 있는 애플은 록스타 비드코(Rockstar Bidco)라는 특허전문기업을 설립하여 경쟁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퀄컴도 최근 자사의 비즈니스 방어 및 특허 수익 강화를 목적으로 퀄컴 테크놀로지(Qualcomm Technology)라는 특허전문기업을 자회사로 설립하였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많은 기업들 역시 인텔렉추얼 벤처스 등 기존 특허전문기업들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 것을 감안하면, 각각의 이해 관계에 따른 특허전문기업들과 일반 기업들의 합종연횡 및 대립 구도는 한층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과 연구소 역시 특허를 활용한 수익 창출에 적극적이다. 2007년 당시 월스트리트 저널은 인텔렉추얼 벤처스에 이은 세계 2위의 특허전문기업으로 캘리포니아 대학을 언급하였을 정도로, 세계 유수의 대학들은 특허 비즈니스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1990년부터 영상 처리 기술인 MPEG-2의 표준화 과정에 참여하는 등 보유 특허의 활용에 적극적이었던 캘리포니아 대학은 5년 간 무려 5억 달러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으며, 예일 대학은 에이즈 치료제 Zerit의 미래 수익을 담보로 세계 최초의 지적재산권 기반 유동화 증권을 발행하여 1억 달러를 조달할 수 있었다. 또한 Wi-Fi 기술 특허를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온 호주의 국립과학산업연구원(CSIRO) 등 전세계의 많은 연구소들 역시 R&D을 통하여 획득한 특허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2) 다각적 경로를 활용한 특허 수집

특허전문기업의 특허 수집 방법 역시 한층 다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위기에 몰린 기업들의 특허를 헐값에 수집하는 것에서 나아가, 대학과 연구소 등 전문 R&D 기관과의 제휴 및 자체 R&D 등 여러 방안을 통하여 가치 있는 특허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거대하고 촘촘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약 3만 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세계 1위의 특허전문기업 인텔렉추얼 벤처스는 다양한 기술 분야에 걸친 독자적인 R&D 활동으로 수준 높은 특허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인텔렉추얼 벤처스는 아시아 각 지역에 지사를 설립하고 해당 지역 대학의 우수한 인재들과 협약을 통하여 특허를 획득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인텔렉추얼 벤처스는 약 3천 명 이상의 대학 내 발명가 및 4백 여 개의 기업 및 연구소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맺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인텔렉추얼 벤처스는 이렇게 모은 수많은 특허들을 1,276개의 자회사(Shell company)를 통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한 일반 기업들이 자사 특허의 일부를 특허전문기업에 직접 투자하여 이들의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을 돕기도 한다. 이는 갈수록 위력을 더해가는 특허전문기업과의 긴밀한 협력 강화 및 이들을 통하여 자사의 특허 수익을 증가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노키아는 특허전문기업 브링고(Vringo)에 자사의 특허 500개를 매각하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수입의 35%를 갖기로 합의하였다. 또한 애플은 공동으로 구입한 노텔의 통신 기술 특허의 과반수를 록스타 비드코에 투자하였는데, 이에 따라 록스타 비드코는 특허 수 기준으로 인텔렉추얼 벤처스에 이어 세계 2위의 특허전문기업으로 뛰어올랐다. 또한 애플은 신생 특허전문기업인 디지튜드 이노베이션(Digitude Innovations)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자사의 특허권을 양도하였는데, 실제로 디지튜드 이노베이션은 스마트폰 기업과의 소송을 위해 애플의 특허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3) 다양한 유형의 특허 비즈니스 등장

특허와 연관된 시장의 규모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다양한 유형의 특허 비즈니스를 펼치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수집한 특허의 라이센싱 및 소송을 통한 수익 창출이라는 기존 특허전문기업의 비즈니스 전략과는 사뭇 다른 유형인데, 새로운 특허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빠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기업에 대한 특허 공세 외에도 자사의 보유 특허를 직접 매각하는 경우도 있으며, 인터디지털, 램버스 등은 글로벌 기술 표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표준 특허를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또한 인텔렉추얼 벤처스의 핵심 인재였던 존 앰스터(John Amster)가 설립한 RPX는 가치가 높은 특허를 수집하여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기업들로부터 특허 공세에 대한 방어를 대가로 라이센싱 금액을 받고 있다. 한편 인텔렉추얼 벤처스 역시 자사의 특허를 이용한 기업 보호를 명분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소니 등 많은 기업들로부터 막대한 지분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인텔렉추얼 벤처스는 설립 당시부터 보유 특허를 사용하여 기업들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 천명하였지만, 2010년 우리 나라의 하이닉스를 포함한 9개 기업을 대상으로 특허 소송을 제기하는 등 공격적인 수익 창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시스벨(Sisvel), IP Value 등 특허 포트폴리오의 관리 및 특허 협상과 소송 등 각종 권리 행사를 대행해주거나 칩워크(Chipworks) 등과 같이 선행 특허 현황 및 특허의 침해 여부를 조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있다. 오션토모(Ocean Tomo)는 2006년 미국 시카고에서 최초로 특허 경매 서비스를 시작하였으며, 나인시그마(Nine Sigma) 등은 특허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중개 시장을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로열티 파마(Royalty Pharma)와 같이 지적재산권을 기초로 금융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램브란트(Rembrandt)와 같이 장래의 특허 분쟁에 대한 투자 및 지원을 통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도 있으며, 지적재산권 관리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판트로스 IP(Pantros IP) 등 특허와 관련된 새로운 기업들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4. 시사점

(1) 특허전문기업의 공세는 지속적으로 강화될 듯

특허 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급격히 높아지는 특허 라이센싱 및 소송 비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을 중심으로 특허권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및 일본에서는 특허 소송의 과도한 금지청구권을 제한하고 기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Soft IP(Soft Intellectual Property) 개념이 논의되고 있으며, 영국과 독일 등에서는 특허의 공공 라이센싱 개방을 조건으로 특허유지비를 감면하는 LOR(License of Right) 제도 등이 도입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특허 소송에 유리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미국의 특허법이 50년 만에 개정되면서 향후 특허전문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특허전문기업의 폐해를 면밀히 주시해 온 미국은 이번 특허법 개정을 통하여 선발명주의에서 선출원주의로 전환하고 등록 특허의 품질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또한 특허전문기업의 과도한 소송을 방지하기 위한 SHIELD(Saving High-Tech Innovators from Egregious Legal Disputes) 법안이 2012년 8월 발의되는 등 향후에도 특허전문기업의 활동을 견제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이 특허전문기업의 활동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허전문기업의 공세는 갈수록 정교하고 다양해지는 반면, 특허 제도를 바라보는 산업계의 시각이 다양하기 때문에 구제적인 변화와 실천을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실제 특허전문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 포트폴리오의 범위가 폭넓고 그 가치 또한 높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특허전문기업의 비즈니스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2) 기업의 대응, 향후에도 쉽지 않다

최근 특허전문기업의 공세는 미국을 넘어 전세계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 나라 역시 인터디지털과 인텔렉추얼 벤처스 등 주요 특허전문기업의 특허 출원이 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특허 라이센싱 요구 및 소송이 향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허전문기업과의 분쟁 자체는 그 승패를 떠나 기업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최근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소송으로 논란이 된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특허를 바라보는 각국의 법과 제도, 그리고 문화의 차이는 매우 상이하다. 따라서 기업이 각 지역에 따라 다양한 대응 전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을 부담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에는 해당 시장으로의 진출 및 성장 기회마저 잃을 위험도 높다.

경기가 침체되고 시장의 성장이 정체될수록 경쟁 기업을 견제하고 추가적인 수익을 얻기 위한 기업들간의 특허 분쟁은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그러므로 전세계적인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현 상황에 비춰볼 때, 특허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은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글로벌 금융 위기를 통하여 선진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는 중국 등 신흥국 기업들도 최근의 특허 전쟁을 계기로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역량 축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에도 특허의 가치는 빠르게 증가하고 특허전문기업의 비즈니스 역시 더욱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허 비즈니스의 패러다임 변화 및 특허전문기업의 활동은 기업의 R&D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많은 기업들은 특허 등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뒤늦게 인식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인력의 확충 및 조직 정비 등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특허 공세에 대한 기업의 대응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양한 분야 간 융복합화가 이루어지면서 핵심 특허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는 반면, 특허 가치의 급증에 따라 이를 효과적으로 획득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오픈소스(Open Source) 및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활동이 확산되면서, 기업은 더욱 많은 특허전문기업의 공세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기업에 비해 특허 포트폴리오의 구축이 미약하고 적절한 특허 분석 체계를 갖추지 못한 중소 및 벤처기업일수록 특허전문기업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신생 벤처기업의 40%가 특허전문기업을 자사 비즈니스의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고 한다.

(3) 특허 공세에 대비한 기업의 대응 전략 수립이 시급

특허에 따른 비즈니스 위험이 고조되는 현 상황에서는 무엇보다도 기업의 효과적인 대응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고려가 결여된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은 향후 막대한 피해를 야기할 단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지적재산권 역량의 강화와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경영 전략이 한층 중요하게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R&D를 비롯하여 제품 기획 및 개발과 출시, 신사업의 진출 등 경영 분야 전반에 걸쳐 특허 분쟁 방지 및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치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기술과 제품 트렌드 및 관련 기술의 현황과 특징, 그리고 선행 특허의 권리 범위와 이에 대한 우회 가능성 등 특허 정보의 빠르고 다각적인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문제 특허의 무효화, 회피 및 대체 기술의 확보, 핵심 특허의 매입 등 다양한 특허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도 필수적이다. 아울러 보유 기술의 적용 및 공개 범위 등을 명확히 구분하여 기술 누출 및 특허 침해의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고 내외부의 기술을 효과적으로 융합할 수 있는 지적재산권 모듈화(IP modularity) 등의 다양한 기술 전략도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업의 독자적인 활동만으로는 거세지는 특허전문기업의 공세를 견뎌내기 어렵다. 따라서 공동 대응전략 수립 및 기술 표준화와 크로스 라이센싱 등 기업 간 상호 협력의 중요성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HP와 모토로라 등 여러 글로벌 IT 기업은 2007년 AST(Allied Security Trust)라는 특허전문기업을 공동으로 설립하여 특허 공세에 대한 대응에 나섰으며, 우리 나라 역시 정부와 민간 대기업의 주도로 특허방어펀드인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Intellectual Discovery)를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고 있다.

특허전문기업과의 분쟁이 지속될수록 기업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지만, 한편으로 단기적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무기력한 미봉책이 더욱 큰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따라서 기업은 자사의 기술과 제품의 가치, 그리고 성장의 기회와 잠재적 위험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잠재적인 특허 분쟁 시나리오 및 다각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지적재산권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오늘날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에 따라 보유 특허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것도 필요하다.[LG경제연구원 전승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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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12-03 19: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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