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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색깔을 묻는다면 누구나 금방 ‘회색’을 떠올릴 것이다. 콘크리트로 가득한 회색 공간은 주변 분위기는 물론 그 속에 사는 사람까지 무표정하게 만든다. 하지만 삭막한 콘크리트 벽을 보다 생동감 있고 활기차게 바꾸는 방법이 있다. 바로 예술의 힘을 덧대어 벽을 ‘꽃단장’ 시키는 벽화다. 현대미술의 한 장르이자 도시 미관을 한층 아름답게 하는 예술로 주목 받고 있는 벽화는 대중들의 삶 가까이서 활력을 줄뿐만 아니라 관광명소를 만드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세월의 때를 물감 삼아 청소기로 그린 그림, 충주댐 ‘호랑이와 소나무'

27년간 쌓인 먼지와 때를 까맣게 덮어쓰고 있던 충주댐 표면에 가로 180m, 세로 80m의 거대한 호랑이와 절개 있는 소나무가 모습을 드러냈다. 글로벌 청소장비 기업 ‘카처(KARCHER)’가 사회공헌사업으로 ‘아트 클리닝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탄생한 작품이다.

이 그림은 화학물감이나 어떤 물질을 써서 그린 것이 아니라, 댐 위의 먼지를 수돗물의 65배에 달하는 고압의 물로 정교하게 청소하며 아름다운 그림을 남겼다는 점이 특징이다. 화학요소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면서 명암의 차이만으로 그림을 만드는 독특한 방식이다. 이런 방법을 역방향 예술, ‘리버스 그래피티 (Reverse Graffiti)’라고 한다.

또 다른 특징은 충주댐이라는 도화지의 모양, 구조, 때가 내려앉은 형태, 주변 자연까지 고유의 환경을 고려해 ‘맞춤 도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도안을 그리고, 직접 클리닝도 진행한 독일의 아티스트 클라우스 다우벤(Klaus Dauven)은 물 세척으로 명암의 차이를 만들어 벽화를 그리는 최초의 아티스트다. 그를 포함한 카처 클리닝 팀은 총 2주 간 정교한 레이저 측량으로 3천 여 개의 점을 찍어 도안을 구현했고, 이 점들을 잇는 고 난이도 세척을 진행하여 그림을 완성했다.

이렇게 우리 민족의 기상과 얼을 상징하는 호랑이와 소나무가 자리하게 되면서, 충주댐은 댐으로서의 기능 외에도 충주호 주변의 분위기를 한층 재미있게 만들며 관광명소로서의 역할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예술작품 된 간장공장, 아기자기한 그림 가득한 ‘아트 팩토리’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샘표의 간장공장에는 놀이동산을 연상시키는 알록달록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창립 65주년을 맞은 샘표가 ‘꿈’과 ‘이야기’란 주제로 공장 외벽 2만3738㎡에 벽화를 제작하는 ‘아트 팩토리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신진작가 6명과 함께한 이 프로젝트는 ‘간장공장에 그려진 작품의 감동과 같이 그 곳에서 만들어진 제품 역시 소비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에서 비롯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벽화들은 기업의 역사를 상징하는 <십장생도>부터 동심을 불러 일으키는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공장 벽면에 자리했다.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변신한 공장은 견학하러 온 어린이들에게도 인기다. 예술가들이 그린 그림에 아이들의 낙서까지 더해져, 공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다. 벽화들의 총 면적은 잠실 주경기장 면적의 1/3 크기로 세계 최대 규모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의 벽화(The mural on the largest building)로서 기네스북 등재를 신청했다고 한다.

블록버스터 그래피티, ‘나이든 어민의 얼굴’

부산 광안리의 민락활어직판장 주차타워에는 검게 그을리고 주름이 깊게 패인 남자의 얼굴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다. ‘그래피티 부산2012’ 작업으로 완성된 높이 56m의 블록버스터 그래피티다.

이는 부산의 대표 자산인 해변과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분야인 그래피티를 결합하여 새롭게 탄생시킨 예술작품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독일의 그래피티 작가 ECB(본명 헨드릭 바이키르히)는 작품이 지역적 특성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산에 대해 많은 취재를 했으며, 민락어민활어직판장 앞에서 어망을 손질하는 어민을 실제 주인공으로 하여 작품을 완성했다.

이 그림 아래에는 ‘역경이 없으면 삶의 의지도 없다’는 글이 적혀있다. 어민의 강한 생명력과 의지를 전하는 말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그림 속 노인의 표정과 잘 어우러져 보는 이에게 더 큰 감동을 준다.

이렇게 삭막하던 회 직판장 주차타워에 거대하게 자리한 그래피티 작품은 새로운 관광명소로서도, 지역민들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삶 속의 예술로서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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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12-10 10: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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