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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 `비포 앤 애프터'의 차이가 정치권의 경향(京鄕)에서 감지되고 있다.

선거 이전에는 대립과 갈등, 반목이 여야의 관계를 규정하는 낯익고 음습한 단어였다면 선거 이후에는 회동 정례화, 지방연정, 야당의원의 대통령 해외출장 동행 등 낯설지만 긍정의 힘을 가진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숨구멍 조차 없이 경색됐던 여야 관계에 소통의 바람이 지나다닐 틈새가 생긴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먼저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매주 월요일 주례회동을 하기로 의기투합했다. 내친 김에 9일 처음으로 만났다.

6월 임시국회의 대정부질문 일정을 잡은 게 손에 잡히는 성과였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긍정적인 얘기들이 많아 여야 원내사령탑의 새로운 실험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또 일부 광역단체를 중심으로 '적진'의 인사를 영입하거나, 정책을 차용하는 파격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현상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선거에서 다퉜던 상대진영에 인사권을 내주거나 핵심 정책을 공유한다는 것은 이제껏 금기 사항이나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은 1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사회통합부지사 뿐 아니라 정책연대가 가능해진다면 인사 권한을 추가로 야당에 줄 것"이라면서 "국민을 위해 좋다는 정책이 있다면 이념, 정파를 따지지 않고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제주지사 당선인과 낙선 후보 '화합의 포옹'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인(오른쪽)과 낙선한 신구범 후보가 10일 오전 원 당선인의 새도정준비위원회 사무소에서 지사직 인수위원장인 새도정준비위원장 선임과 수락 이유를 밝힌 뒤 활짝 웃으며 포옹하고 있다.
앞서 새누리당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인은 10일 지사직 인수위원장인 '새도정준비위원장'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였던 신구범 전 지사를 선임했다.

지방에서 잉태한 제한적 '연정'의 작은 실험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진화해 중앙 정치무대까지 영향을 끼칠지 자못 주목된다.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서 정치적 기술로 권력의 독과점 폐해를 해소할 수 있는 실험이어서다.

이와 비슷한 흐름으로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은 같은 날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창조경제'를 제2기 시정의 목표로 제시하며 "좋은 단어는 함께 쓰고,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며 서울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혀 시선을 끌었다.

이밖에 새누리당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 새정치민주연합 권선택 대전시장 당선인도 선거에서 승부를 겨뤘던 상대 당 후보와 회동을 제안하고 협력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지방정부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도 오는 16∼21일까지 중앙아시아 3국 순방에 야권 인사로는 처음으로 고(故)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순옥 의원과 동행한다.

두 사람이 같은 비행기에 탑승한다는 것 자체가 지난 2012년 8월 유족의 거부로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의 전태일 재단 방문이 무산된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순방 일정에 야권 인사로는 처음으로 고(故)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순옥 의원이 동행한다. 사진은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 (연합뉴스 DB)
전에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런 현상은 이번 지방선거에 반영된 절묘한 유권자의 표심에 여야가 위기감을 느낀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론 속에 지역을 가릴 것 없이 지지율이 폭락하며 힘겨운 선거를 치러야 했고,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오히려 인천시장을 내주는 등 반대급부를 챙기지 못해 승패를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텃밭에서조차 근소한 표차로 승패가 엇갈린 만큼 진영 논리에 갇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외면하고 정쟁에만 매몰될 경우 언제든지 유권자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물론 일부 광역단체장의 향후 행보를 고려한 보여주기식 '쇼'라는 비판적 시각과 함께 오히려 책임정치를 약화시키고 혼란만 더할 것이라는 지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이 성공하고 긍정의 바이러스가 확산할 경우 정치 문화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이정희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협치의 시도는 새로운 거버넌스 개념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아이디어 수준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신선하고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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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6-11 16: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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